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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동안 꽃피는 배롱나무 약용 가치와 정원재배까지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 유난히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배롱나무입니다.

배롱나무(Lagerstroemia indica)는 부처꽃과의 낙엽성 나무로, 흔히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도 합니다. 한 송이의 꽃이 백일 동안 피는 것은 아니지만 가지 끝의 수많은 꽃봉오리가 차례로 피고 지면서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배롱나무 꽃



배롱나무를 보면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릅니다. 제가 고향에서는 이 나무를 ‘간지박나무’​라고 불렀습니다. 

배롱나무는 오래된 수피가 얇게 벗겨져 줄기가 유난히 매끈합니다. 줄기를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 멀리 있는 잔가지와 잎이 파르르 떠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는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정말 나무가 간지럼을 타는 것일까요?

미모사처럼 접촉 자극에 반응해 잎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이라기보다는, 줄기에 가해진 작은 진동이 가늘고 유연한 가지를 따라 전달되면서 잔가지와 잎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정말 나무가 간지럼을 타는 줄 알았으니 ‘간지박나무’라는 이름도 참 재미있습니다.

꽃만 예쁜 나무가 아니다

배롱나무는 관상수뿐 아니라 유용식물 자원으로서의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배롱나무 줄기에서 여러 페놀성 화합물을 분리하고 일부 성분에서 항산화 활성을 확인했습니다.

또 다른 국내 연구에서는 배롱나무 가지 추출물의 항산화 활성과 화장품 소재 가능성을 조사했습니다. 특히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인 collagenase에 대한 저해활성이 실험조건 50 ppm에서 85% 이상으로 나타나 기능성 천연소재로서의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해외에서도 배롱나무 잎의 항균 활성과 추출물의 항염 가능성 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 추출물이나 세포·동물실험 단계이므로 배롱나무가 특정 질환을 치료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보는 배롱나무가 꽃을 감상하는 조경수를 넘어 다양한 천연물 소재로 연구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배롱나무 줄기



정원에 배롱나무를 심는다면

배롱나무는 햇볕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조량이 충분하고 배수가 좋은 곳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 심은 묘목은 뿌리가 자리 잡을 때까지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지주대를 설치해 주는 것이 초기 활착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줄기가 상하지 않도록 너무 단단하게 묶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중부지방에서는 겨울철 강한 추위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 배롱나무는 한파와 차갑고 건조한 북서풍에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건물 남쪽이나 담장처럼 북풍을 막아줄 수 있는 곳에 심으면 월동에 유리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백일 가까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나무입니다.

하지만 매끈한 줄기와 ‘간지박나무’라는 어린 시절의 재미있는 기억, 현대에 들어 밝혀지고 있는 다양한 식물 성분과 활용 가능성까지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요즘 길가에서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배롱나무를 만나면 꽃만 보지 말고 매끈한 줄기도 한번 살펴보세요.

어린 시절 우리가 ‘간지박나무’라고 부르며 놀았던 그 나무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배롱나무



배롱나무가 아름다운 곳

배롱나무꽃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오래된 사찰이나 정원, 서원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전남 담양 명옥헌 원림은 연못과 정자를 둘러싼 오래된 배롱나무로 유명합니다. 한여름이면 붉은 꽃이 연못에 비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롱나무 풍경 가운데 하나를 만들어냅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여름 배롱나무 명소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경북 안동 병산서원 역시 고즈넉한 한옥과 배롱나무가 잘 어우러지는 곳입니다. 서원 주변의 오래된 배롱나무가 꽃을 피우는 여름이면 전통 건축물과 붉은 꽃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듭니다.

사찰 가운데서는 전남 장성 백양사와 전북 고창 선운사 등 남부지방의 오래된 사찰에서도 배롱나무와 전통 건축물이 어우러진 여름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담양 명옥헌 원림은 배롱나무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찾아가 볼 만한 곳입니다. 연못과 정자, 오래된 배롱나무가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이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