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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꽃, 숙취에만 좋은 줄 알았는데|칡꽃의 성분과 갱년기 증상완화를 위한 연구


요즘 산이나 들을 지나다 보면 무성한 칡덩굴 사이로 자주색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칡꽃입니다.

칡 하면 흔히 굵은 뿌리와 칡즙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꽃 역시 오래전부터 갈화(葛花)​라는 이름으로 이용되어 온 약용 소재입니다.

칡꽃. 콩과식물 꽃의 특성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를 살펴보면 칡꽃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칡꽃도 약재로 사용한다

칡은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여름철 빠르게 자라 주변 식물을 뒤덮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합니다.
여름이 되면 잎겨드랑이에서 자주색 또는 붉은빛이 도는 꽃이 여러 송이 모여 피는데, 이 꽃을 약재로 이용한 것이 갈화입니다.

갈화는 오래전부터 음주와 관련된 불편을 다스리는 용도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칡뿌리인 갈근은 잘 알려져 있지만 꽃까지 약재로 이용한다는 사실은 의외로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칡꽃이 숙취와 관련해 연구되는 이유

칡꽃에는 텍토리딘(tectoridin), 텍토리제닌(tectorigenin), 카칼라이드(kakkalide) 등의 이소플라보노이드 계열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들 성분을 중심으로 알코올 대사와 간 건강 등에 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동물실험에서는 칡꽃의 주요 성분인 텍토리딘이 급성 알코올 노출로 발생한 간의 지방 축적과 관련된 여러 지표를 완화하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습니다.

2023년 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시험에서는 칡꽃을 포함한 복합 식물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에서 혈중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숙취 증상 점수도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칡꽃만을 단독으로 섭취한 연구가 아니라 여러 식물 추출물을 함께 사용한 연구이므로, 칡꽃만으로 숙취가 해소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칡넝쿨에 달린 칡꽃



칡꽃과 여성 갱년기의 뜻밖의 관계

칡꽃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관련된 연구입니다.

칡꽃의 텍토리딘과 카칼라이드 같은 이소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다른 물질로 대사될 수 있는데, 일부 대사산물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활성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 갱년기 증상과 관련한 연구도 진행됐습니다.

2020년 발표된 인체시험에서는 안면홍조가 있는 45~60세 여성 84명을 대상으로 칡꽃과 감귤껍질 복합추출물을 12주간 섭취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위약군과 비교해 안면홍조 점수와 증상의 심한 정도가 감소하는 결과가 관찰됐으며, 뼈 대사와 관련된 일부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동물실험에서도 칡꽃 추출물이 갱년기와 유사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체온 상승과 일부 증상을 완화하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물론 이것 역시 칡꽃이 갱년기를 치료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특히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칡꽃과 감귤껍질을 함께 사용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칡꽃이 갱년기 증상 완화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사실인듯 합니다. 

뿌리만큼 흥미로운 칡꽃

우리는 칡을 너무 흔하게 보기 때문에 때로는 다른 식물을 뒤덮는 귀찮은 덩굴 정도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칡꽃(갈화)의 이소플라보노이드 성분을 중심으로 알코올 대사와 숙취, 여성 갱년기 증상 등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칡꽃 차



아직 사람에게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부분도 많지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자주빛 칡꽃 속에 이런 성분과 연구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흥미롭습니다.

요즘 산길에서 칡꽃을 발견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 자세히 바라보세요.
이제 흔하디흔한 칡덩굴을 조금은 다르게 보고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할 때가 된듯 합니다.